[Day 4] 복숭아밭 세 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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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The Korean Today News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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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Day 4] 복숭아밭 세 잔

1월 · 별이 모이다 |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· Day 4 · Book 1 「별이 모이다」

삼국지 365 Day 4 헤더 일러스트

밤 사이에 복숭아 꽃이 두 송이 더 피어 있었다. 새벽, 어둠이 아직 절반쯤 남아 있는 길을 유비가 가장 먼저 걸었다. 어머니께 한 숟가락 더 얹은 미음을 올린 뒤, 빈손으로 대문을 나섰다. 걸음의 속도가 어제보다 느렸다. 오늘은 서두르지 아니하는 날이었다.

복숭아밭 한가운데에, 흰 돌의 작은 제단이 놓여 있었다. 제단 위에 자루의 향이 불 붙지 아니한 채 서 있었다. 좌우에는 검은 소 한 마리와 흰 말 한 마리가 제관의 손에 이끌려 와 있었다. 두 짐승이 조용하였다. 오늘 아침 자기들이 어디에 쓰일 소와 말인지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조용함이었다.

관우가 그 다음에 도달했다. 어제보다 수염을 한 번 더 쓸어 가다듬은 얼굴이었다. 꽃나무 아래에 먼저 와 있던 유비를 향해 말없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. 그 숙임은 인사가 아니었다. 그것은 오 년 만에 빼앗기어 있었던 이름을, 한 사람의 앞에 다시 내려놓는 자세였다.

장비가 마지막으로 왔다. 평소와 달리 걸음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. 거친 목소리가 오늘 아침만은 등 뒤쪽에 조용히 접혀 있었다.

세 사람이 흰 돌 제단 앞에 나란히 섰다. 장비가 향 한 자루에 불을 붙였다. 향 끝에서 가느다란 한 줄의 연기가 올라왔다. 그 연기가 복숭아 꽃잎 사이를 통과하여 올라가는 길이, 한 가닥의 좁은 다리처럼 보였다.

장비가 먼저 술을 따랐다. 세 개의 잔에 차례로, 넘치지 아니하게 따랐다. 유비의 잔, 관우의 잔, 장비 자신의 잔. 마지막 잔을 따를 때, 장비의 손이 살짝 떨렸다. 자기의 잔을 자기 손으로 따라 본 것은 그에게도 태어나 처음이었다. 오늘까지 그의 잔은 늘 남이 따라 준 잔이었거나, 스스로 외면해 두었던 잔이었다.

삼국지 365 Day 4 중간 일러스트

유비가 첫 번째로 한 마디를 꺼냈다. 목소리는 크지 아니하였다. 그러나 그 목소리의 안쪽이, 스물여덟 해 동안 혼자 키워 온 한 문장의 뿌리에서 처음으로 싹이 올라오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.

"유비(劉備), 관우(關羽), 장비(張飛). 이 세 사람이 — 비록 성(姓)이 다르나, 오늘 형제로 결의하오. 뜻을 하나로 하고 힘을 하나로 하여 — 어려운 사람을 구하고 위태로운 사람을 붙잡겠소.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하게 하리라.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기를 바라지 아니하되 —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같이 죽기만을 바라오. 하늘과 땅이 이 마음을 굽어살피소서."

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, 한 송이의 꽃잎이 바람도 없이 천천히 한 장씩 세 사람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.

관우가 두 번째로 잔을 들어 하늘과 땅에 바쳤다. 그의 두 눈 안쪽에 얼어 있던 오 년의 결이 녹고 있었다. "오 년 만에 이 이름이 다시 자리를 얻었소. 오늘의 자리에 이 이름을 내려놓으니, 더 이상 한 번도 숨기지 아니하겠소."

장비가 마지막으로 잔을 들었다. 그의 거친 목소리가 조용히 접힌 채, 낮은 결로 나왔다. "이 아우의 잔은 오늘 처음으로 스스로의 손으로 따른 잔이오. 이 잔이 빈 뒤에는, 이 아우의 팔뚝이 두 형의 뒤쪽에 서 있을 것이오."

세 사람이 같이 잔을 비웠다. 세 잔의 비움이 한 결로 한꺼번에 이루어졌다. 제단 위의 향 한 자루가 조용히 끝까지 타오르고 있었다.

장유유서(長幼有序)에 따라, 유비가 맏이(長), 관우가 가운데(仲), 장비가 막내(季)의 자리에 놓였다. 스물여덟 해의 유비가 큰형이 되었고, 가슴까지 내려온 긴 수염의 관우가 둘째가 되었고, 우레 같은 거친 목소리의 장비가 셋째가 되었다. 세 사람 형제의 이름이 복숭아밭 한가운데에 심어졌다.

Book 1의 네 번째 새벽이 복숭아밭 한가운데의 작은 흰 돌 제단 위에서 조용히 열렸다. 桃園盟(도원맹, 복숭아밭의 맹세) 세 글자가, 한 해 한 달 한 날의 함께 죽음의 결로 씨가 심어지고 있었다. 판(榜) 앞의 한숨(Day 2)과 가슴까지 내려온 수염(Day 3)이, 복숭아밭 세 잔의 자리 위에 한 결로 모이고 있었다.

삼국지 365 Day 4 마무리 일러스트

✒️ 평역가의 한 마디 — 연삼흠 박사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기를 바라지 아니하되,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같이 죽기만을 바라는 자리가 있지요. 그 맹세의 가장 조용한 무게는, 스스로의 잔을 스스로의 손으로 따라 본 한 사람의 손의 떨림 안쪽에 있사옵니다. 오늘 새벽 당신의 손에도, 스스로의 잔을 스스로의 손으로 따르는 자세가 혹시 있으신지요. 그 따름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.

📅 내일 Day 5: 이름 없는 공적

"결의의 다음 날, 세 사람이 의병의 깃발 아래에 들어섰다. 첫 전투가 이루어졌고, 공이 세워졌다. 그러나 그 공의 이름이 관부의 장부에 오르지 아니하였다." — 연삼흠 박사평역 — 연삼흠 평역가 · Sam H. Yeon, Ph.D. · 延三欽博士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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