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Day 1] 동남쪽의 뽕나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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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The Korean Today News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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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Day 1] 동남쪽의 뽕나무

1월 · 별이 모이다 |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· Day 1 · Book 1 「별이 모이다」

삼국지 365 Day 1 헤더 일러스트

서기 168년. 한(漢)나라가 세워진 지 삼백칠십 해가 지나고 있었다. 황제는 어렸고, 대신은 늙었으며, 환관(宦官)은 두 사람 사이에 한 줄로 서 있었다. 궁궐 안쪽에서 사람이 죽어도, 바깥쪽의 농부가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도, 그 해의 기록은 한 줄로 끝났다. 서쪽 땅에는 가뭄이 길었고, 동쪽 바다에는 물이 넘쳤으며, 남쪽에서는 한여름의 우박이 내렸다. 천하의 마음이 오래 흐려지고 있었다.

유주(幽州) 탁군(涿郡) 탁현(涿縣) 누상리(樓桑里)의 작은 오두막에, 한 사내가 살고 있었다. 이름은 유비(劉備), 자는 현덕(玄德). 나이는 스물여덟이었다. 키는 일곱 자 다섯 치. 팔이 유난히 길어 두 손을 내리면 무릎에 닿았고, 귀가 커서 고개를 돌리면 자기 귀를 볼 수 있었다 한다. 말수는 적었다. 사람을 만나도 크게 기뻐하지 아니하고 크게 노하지 아니하였다.

어린 날에 아버지가 일찍 가셨다. 어머니와 둘이 짚신을 엮고 자리를 짜서 끼니를 이어 가고 있었다. 황실의 먼 후손이라는 말이 떠돌았으나, 그 말은 장터의 짚신 한 켤레의 값을 한 전도 올려 주지 못하였다.

다만 유비에게는 그 형편의 안쪽에 몇 가지 이상한 결이 있었다. 개와 말을 좋아하였다. 가락의 음악이 흐르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 들었다. 가난한 자리에서도, 옷 한 벌이 생기면 깨끗이 다려 오래 입었다. 짚신 한 켤레의 이문이 손에 들어오면, 술집에서 혼자 잔을 기울이는 대신 동네의 어린 사내들을 불러 한 잔씩 나누어 주었다. 말이 많지 않은 사내의 오두막 앞에, 마을의 어린 사내들이 조용히 모이는 저녁이 조금씩 늘어 가고 있었다.

삼국지 365 Day 1 중간 일러스트

유비의 오두막 동남쪽 울타리 옆에, 한 그루의 큰 뽕나무가 있었다. 키가 어른 다섯 길은 되었다. 멀리서 보면 — 위쪽 잎사귀의 둥근 모양이 작은 수레의 차양처럼 보였다. 오가는 사람 중 어떤 이는 그 나무를 가리키며 한 마디를 남겼다.

“이런 나무가 자라는 집의 안쪽에서는, 언젠가 귀한 사람이 나오겠지.”

그 한 마디를 어린 유비가 들었다. 나이가 열 살이 채 되기 전이었다. 동네 또래 아이들과 뽕나무 아래에서 숨바꼭질을 하다가, 어느 날 오후에 갑자기 입을 열었다.

“나는 저런 지붕의 수레를 타 볼 것이오.”

그 한 마디를 들은 숙부가 얼굴이 새파래져 달려왔다.

“이놈아. 그런 말을 함부로 꺼내면 이 집안이 한 번에 없어진다.”

어린 유비가 한참 동안 숙부를 바라보다가, 고개를 숙였다. 그러고는 그 한 마디를 — 다시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아니하였다. 다만 그 마디는, 다시 꺼내지 아니하였기 때문에, 사내의 안쪽 어디에선가 지워지지 아니한 채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.

숙부는 몇 해 전 병으로 가셨고, 그 나무를 심은 할아버지도 이미 안 계셨다. 뽕나무만이, 해마다 더 넓어지는 둥근 그늘로 — 오두막의 동남쪽을 조용히 지켜 주고 있었다.

스물여덟 해의 오늘 오후, 유비가 그 뽕나무 아래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. 그의 오른손에 짚신 한 켤레가 들려 있었다. 한 가락의 바람이 불어왔다. 잎사귀의 둥근 그늘이 그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. 그 그늘의 둥근 모양이, 다시 꺼내지 아니한 마디 속 수레 지붕의 모양과 정확히 겹쳐 있었다.

동쪽에서 한 소식이 건너오기 시작했다. 거록(鉅鹿)의 사내 셋이 한 도(道)를 내세우고, 머리에 누른 두건을 두른다는 소식이었다. 우두머리의 이름은 장각(張角)으로 전해졌다. 푸른 하늘이 죽고 누른 하늘이 선다는 여덟 글자를 외치고 다닌다 하였다. 오늘 오후 뽕나무의 둥근 그늘 바깥쪽에서, 누른 깃발의 먼 가장자리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.

유비가 고개를 들어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. 한 가닥의 별이 그의 두 눈 안쪽에 떠올랐다. 다시 꺼내지 아니한 마디의 씨가, 오늘 오후의 둥근 그늘 아래에서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.

Book 1 「별이 모이다」의 첫 번째 오후가 누상리 동남쪽 뽕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열렸다. 어린 날의 한 마디가 둥근 그늘의 자세로 되돌아와, 스물여덟 해의 어깨 위에 내려앉고 있었다. 사내의 안쪽에 조용히 자라던 한 결이, 누른 두건의 먼 소식과 조금씩 만나고 있었다.

삼국지 365 Day 1 마무리 일러스트

📌 알아두기 — 정사(正史) vs 연의(演義)

🟢 정사 『삼국지』 촉서 선주전(先主傳)은 유비(劉備)가 유주(幽州) 탁군(涿郡) 탁현(涿縣) 사람이며,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짚신·자리의 장사로 연명하였음을 분명히 기록한다. 🟢 유비의 팔이 길어 두 손이 무릎에 닿았고 귀가 커서 고개를 돌리면 자기 귀를 볼 수 있었다는 구절, 그리고 집의 동남쪽에 높은 뽕나무가 수레의 차양처럼 서 있었다는 구절 모두 선주전의 핵심 기록이다. 🟢 선주전은 또한 어린 유비가 이 뽕나무 아래에서 “나는 저런 지붕의 수레를 타 볼 것이오”라 한 마디를 꺼냈고 숙부가 얼굴을 새파랗게 바꾸어 꾸짖었음을 그대로 기록한다. 🟡 배송지(裴松之) 주가 인용한 어떤 이본에도 오늘 오후 짚신 한 켤레의 구체 장면은 전하지 아니한다. 🟠 본편이 오늘 오후의 자리에 동쪽에서 건너오는 누른 두건의 먼 소식을 조용히 겹쳐 놓는 구도는 『삼국지연의』 1회 서두의 각색에 가깝다. 🔴 본편의 “桑蓋(상개, 뽕나무의 차양)” 2자 창작과, 다시 꺼내지 아니한 마디의 씨가 둥근 그늘의 자세로 돌아오는 거울 해석은 본편의 재구성이다. (본편의 한자 창작은 오늘 첫 번째 자리에 도달하였다.)

✒️ 평역가의 한 마디 — 연삼흠 박사어린 날의 한 마디가 입 밖으로 다시 꺼내지 아니한 채 사람의 안쪽에서 조용히 자라는 자리가 있지요. 한 번도 꺼내지 아니하였기에, 한 번도 지워지지 아니한 씨가 있사옵니다. 오늘 오후 당신의 동남쪽 울타리 옆에도, 둥근 그늘을 드리우는 한 그루의 나무가 혹시 있으신지요. 그 그늘의 모양이, 다시 꺼내지 아니한 마디 속 지붕과 겹치는 자리가 혹시 있으신지요. 그 겹침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.

🌍 그 해, 지구 반대편에서는…

서기 168년 가을,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(Marcus Aurelius, 재위 161~180 CE)가 도나우 강변 전장의 막사 안쪽에서, 철인(哲人) 황제로서 『명상록(Meditationes)』의 첫 장을 조용히 적기 시작하였다고 전해집니다. 막사 지붕 아래에 둥근 차양이 걸려 있었고, 그 차양의 모양이 수레의 지붕과 닮아 있었다지요. 라틴어의 한 구절 umbra currus(수레의 그늘)가 그 가을 전장의 자리에 새겨졌다고 합니다. 동쪽 끝 누상리의 뽕나무 둥근 그늘이 스물여덟 해의 어깨 위에 내려앉던 그 오후, 서쪽 끝 황제의 막사 위 둥근 차양도 같은 방식으로 내려앉고 있었지요.

📅 내일 Day 2: 거친 목소리

“어느 날 오후, 누상리 장터의 한 모퉁이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 왔다. 푸줏간의 사내였다. 이름은 장비(張飛)로 전해졌다. 그 목소리의 거친 결이, 뽕나무의 둥근 그늘 앞쪽까지 건너와 있었다.” — 연삼흠 박사평역 — 연삼흠 평역가 · Sam H. Yeon, Ph.D. · 延三欽博士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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